요새 환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를 모든 병원이 전면적으로 설치하자는
이야기가 종종 미디어를 통해서 나오곤 한다.
하지만 얘기와는 다르게 강남 지역의 피부과나 클리닉 등 을 가보면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곳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로컬 병원에서의 수술실 혹은 시술실에도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왜 더 크고 좋은 시설을 가진 상급 종합병원들은 설치를 하지 않으려고 할까?
우선 가장 첫 번째 이유로는 주력하는 진료 과목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피부과나 클리닉의 경우 수술보다는 미용을 위한 가벼운 시술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객들의
이해도가 질병 관련 수술에 비하여 더 높다. 또한 시술(혹은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목숨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물론 아주 잘못된 시술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종합병원 보다 진료에 대한 무게감이 다르다.
특히 여기에 더해 최근 낭만 닥터 김사부를 통해 묘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의사일 경우 잘못된 수술로 인하여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의사도 많지만 의외로 의료 소송으로 인하여 심적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
의료 소송이라는 것이 상호 간에 과실을 확인하기 힘들고 또한 상당히 긴 시간 법정을 오가는 긴 여정이기에
여기에 소모되는 스트레스 및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의료 분쟁을 잘 살펴보면 물론 상당한 이유를 가진 것들이 많지만 의외로 가벼운 건들도 많다. 이런 부분은
사실 병원측과 합의에 의해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의사를 괴롭히기 위해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고소로 진행하는 케이스도 왕왕 있다.
여기에 만약 수술실 내 CCTV라는 족쇄까지 채워진다면 아무래도 의사가 받는 심적 스트레스가 심각할 것이다.
아무래도 그러한 부분이 우려되어 반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명백한 의료사고 및 상당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CCTV의 도입은 필요하다.
이전에 설명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의료라는 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외성과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가장 걸림돌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만들기 힘들겠지만) 먼저 수반되어야지만
종합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고객군의 차이이다.
종합병원은 대부분 국내 고객이고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일선의 로컬 병원은 미용이 주목적이며 최근에는 고객층의 절반이 중국인과 기타 외국인으로
고객군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인의 특성상 의심이 많고 특히 미용 병원의 경우 제품을 이용한 시술이 많다 보니 제품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있다. 이에 따라 피부과나 클리닉의 경우 자기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CCTV라는 대안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질병 질환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의 경우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해봐야 마약류 관련 제품들이고 거의 대부분 앰플 형식으로 링거를 통해 주입된다.
나머지 것들은 메스나 수술을 위한 기계 장비 들로 사실 이런 것들은 일반인이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일선 로컬 병원에 비해 그동안 CCTV의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았고 그 부분에 대한 개선 또한
논의되지 않았다.
세 번째로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나라 의료 수가 체계는 정말 고객 중심으로 유리하게 제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종합병원의 경우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인데 만약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운영되기 위해선 별도의 인력 구성과
장비들이 필요해진다. 이에 따른 예산과 운영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안 그래도 현재 병원 운영이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부분의 개선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면 이 비용은 그대로
의료 시설의 낙후 및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너무나 비약적인 논리이기는 하나 충분히 일어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아무래도 의료가 가지고 있는 공영성 때문에 돈을 벌면 안된다는 이상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공영성을 극대화한 국가 운영 병원인 의료원의 경우는 이런 취지의 논리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혹은 의료 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은 일단 기본적으로 일반기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
사회적 기업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바로 이윤추구이다.
어느 누구도 빚을 내서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없듯이 아무리 공영성이 있다고 한들 수익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행위는 오래가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정부에 의해서 이러한 밸런스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의료에 있어서 무언가 변화를
요구하길 원한다면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해결 방안 역시 중재자 측에서 잘 마련해야 한다.
정말 별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별 것일 수도 있는 이 문제를 정부측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하고 고려하여 진행했으면 좋겠다. 인기몰이식으로 일단 내뱉고 보는 정치인들은 반성을 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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