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아날로그 사랑은 왜?
우리나라의 기업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기업들은 의외의 부분에서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이미 상당히 자리 잡은
전자 서류 결재 및 사내 인트라넷 사용, 이메일 등에서도 상당히 뒤처진(?)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일본은 결제 서류의 도장 문화가 가장 대표적이며 공인인증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공무원의 경우 수십 장의 신분증을 소지해야만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물론 이는 일본의 지리적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관습으로 지진이나 갑작스러운
정전에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보안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수위가 좀 심각하긴 하죠.
오죽하면 결재 서류의 도장 문화를 기껏 바꾼다는 것이 전자 서류에 날인할 수 있는
전자 도장을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최첨단 로봇 기업의 아날로그식 운영
그런 기업 중에서도 유독 심한 기업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오늘 소개할 '화낙'이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아날로그 사랑은 다른 공공기관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인데요.
종이 서류 결재는 기본이고 회사 내 모든 정보를 팩스와 편지로 주고받을 정도입니다.
즉, 인터넷 및 스마트폰 그리고 PC와 관련된 일체의 장비를 사무적인 용도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무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답답하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인지 짐작이 가실 거예요.
사실 지금의 직원들이 과거에 비해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게 된 이유는 PC를
활용해 파워포인트, 엑셀 등의 도입으로 기존 경리 및 일반 사무직들이 행하는
모든 서류 작업을 고속화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 기업이 다루는 핵심적인 제품이 산업용 로봇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상당히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화낙(Fanuc)은 왜 구시대로 회귀하려 하는가?
여기까지만 보았을 땐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일본이 일본했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얽매여 발전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방식의 기업 문화를 고집했다고요.
하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화낙의 아날로그 추구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보안'의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도 혈안이 되어 있지만 자사의
기술 유출 방지에도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90년대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중국 및 많은 나라들이 유수의 기업에 산업 스파이를 보내거나 그 회사의
기술자들을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스카웃해 기술을 빼내어 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로 일본의 파나소닉 및 소니 등에서 2000년대 초반 고초를 겪었고
그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버리면서 일본 기업들은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불편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화낙
또한 일본의 장인 정신과 결합된 부분도 있습니다. 일본이 전 세계적으로 공업 관련
기술 1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작은 볼트 하나에도 보안을 유지하고 특허를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산업용 및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 부분에서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낙
역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이런 기술 보안을 최고로 치고 있는 것이죠.
오죽하면 화낙은 회사의 위치조차 도심이 아닌 후지산 속에(?) 숨겨두었습니다.
말 그대로 요새화를 해버린 것이죠. 이런 걸 보면 일본 만화의 비밀기지가 단순히
작가의 상상에서만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닌 듯 보입니다.
이런 화낙의 아날로그식 감성 운영은 최근 해외 기업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중요 공정에 들어가게 될 경우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가리거나 USB 사용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화낙과 비교해
보았을 땐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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